고양이는 목욕하지 않아도 깨끗하다
고양이와 함께 한 지 17년이나 되었지만 단 한 번도 목욕을 시켜주지 못했다. 정확하게 말하면 할 수가 없었다는 게 맞다. 처음에 새끼 고양이 길동이와 살기 시작하면서 목욕 한번 시키려다 난리 법석을 피웠고 두 번째 새끼 고양이 길순이 데려와서 목욕시키려다 지랄발광(?) 당하고는 고양이 목욕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. 나랑 산 지 11년 차인 길남이도 목욕은 상상도 못 한다. 길남이는 물소리만 나면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. 같이 산 지 5년 차인 빼빼로와 행복이는 아직도 나만 보면 슬슬 피해서 목욕은 불가능하다. 그런데 길동이 길남이 빼빼로 행복이 모두에게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. 냄새에 민감한 나도 못 느낄 정도면 안 난다고 보는 게 맞을듯하다. 이 녀석들이 출입문이나 기둥을 잘 문지르는데 문지르는 곳은 까맣게 때가 끼어있다. 그러함에도 냄새가 전혀 안 나니까 신기하기도 하다. 녀석들 모두 그루밍은 참 열심히도 한다. 그래도 냄새난다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정도의 냄새도 싫어서 목욕을 시켜야 한다면 고양이의 스트레스가 심할듯하다. 털로 뒤덮인 동물을 목욕시키는 건 사람이 옷을 입은 채로 목욕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. 목욕하기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다고는 하지만 목욕하기 싫다는 고양이를 강제로 목욕시키는 것은 삼가야 할듯하다.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일 테니까. 그리고 목욕시킨다고 털이 덜 빠지는 것도 아니고 안 빠지는 것도 아니다. 고양이는 털 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털이 많이 빠진다. 나는 1주일에 두 번씩 '쉐드 킬러'라는 브러시로 빗질을 해준다. ...